안무를 구성하며, 이상의 시 「오감도」 중 시제 1호와 시제 3호, 4호 그리고 시제 8호를 인용하려 한다.
본인이 생각한 오감도는 간단하게 새의 시점에서 바라본 추격전이라 여겼다. 아이들이 무리 지어 달리는데,
내부의 이방인이 계속해서 불안을 야기하고 결국 균형과 군무를 무너뜨리는 과정이라 해석했기 때문이다.
생전 건축가이기도 했던 이상 시인은 불안정한 상태 또한 계산적으로 접근했다. 「오감도」에서 그 면모가
두드러지는데 이러한 부분을 움직임으로 구성하여 이방인에 대한 불안을 이성적이고 체계적으로 선보이려 한다.
이를 통해 동작에서 나오는 현란한 유희와 구도를 놓치지 않으려 한다.
‘이방인’을 구도에 기능적으로 활용해보기
서사에 집중하는 것이 아닌 안무 구도에 있어서 ‘이방인’을 기능적으로 활용해보려 한다. 집단(군무)에
어딘가 존재하는 1인을 찾고 1인으로 인해 구도가 변화하는 순간의 기쁨을 제안해 보려 한다.
동시대성을 담은 춤의 형태 구현하기
과거의 글을 안무에 담아보면서, 시대의 흐름에 맞는 작업을 구성하려 한다. 관객과 함께여야 지속할 수 있는
무대 작업의 특성상 늘 고려하고 있는 점이다. 기획 중인 <새 균 색>에서는 평화로운 상황에서도
‘불안’을 느끼는 인간의 상태를 구조에 녹여낸다. 이를 통해 보는 관객에게 더욱 공감할 수 있는 요소를
포함하려 한다.
오감도를 바라볼 때는 어떤 서사적 해석이나 의미를 부여하는 것보다는 그림을
감상하듯 접근하는 것이 좋다 여긴다. 숫자와 반복 배열, 기호들의 이야기를 구성해 말하는 것이 아닌,
조형적으로 바라볼 때 느껴지는 감정이 답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무대 위 무용 또한 마찬가지로 무용수들의
서있는 위치나 포즈에 이야기를 부여하는 것 이전에 구조에서 느끼는 긴장감이나 희열을 먼저 즐기기를 바란다.
또한 이러한 맥락에서 한때는 기이한 시로 외면받은 「오감도」를 무용을 통해 다시 바라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보려 한다.